한일합동교육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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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一場春夢 - 교내 수업연구를 통해 느낀 감정들 Monday, 07.01.22 ( 1282hit )

  하고픈 것이 역사 공부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역사책 읽기뿐이니, 역사 선생이 되어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역사에 연줄을 대고 그 끊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나를 어떤 이는 참 좁은 사람이라 폄하하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하고픈 일을 즐기며 할 수 있기에 이보다 더 기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라고. 그렇다고 내가 많은 지식을 쌓아 담고 있는 사람도 못된다. 다만 가르치는 일에 애로를 느끼고 있는 평범한 교사이기에 그 신세 한탄을 좀 늘어놓고자 이 장광설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해 11월 전근한 현 학교에서 마지못해(*^^*) 수업연구를 했다. 기존 사회과 선생님들이 순서대로 수업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교감님께서 새로 부임한 교사는 그해에 하자고 우기시는(?) 바람에 그리하게 되었다. 생각이 얕은 나는 부담을 잠시라도 덜고자 저 멀리 11월에 수업 신청을 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잊고 지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이 수업. 어떻게 준비하느냐 하는 고민은 늘 가슴에 남아 있었다. 일찍 해버렸다면 오히려 마음은 편했을 것을. 11월이면 진도는 얼마쯤 나갈지, 주제는 무엇으로 할지, 수업 진행은 어떻게 할지, 새로운 역사 이론을 도입해볼까 하는 등등의 온갖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때 머리를 싹~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2006년도 교류회 보고서를 다시 우려내자는 것이었다.
  2006년도 보고서가 다분히 교류회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면 이번 것은 수업연구 자체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즉 수업 진도와 평소 수업 시간에 보기 어려운 자료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보고서 자료를 조금 더 간단히 추렸고 수업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힘든 5교시에 참관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을 위해 자극적인 자료를 담아볼까 하여 신윤복의 준 포르노 작품들을 고르기도 했고, 양반들의 여성편력을 조사하기도 했으며, 또한 양반들에 대한 뒷조사도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내용들은 수업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어 대부분 제외시키고 말았다.
  어렵게 지도안이 완성되어갈 무렵 다시금 나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학생들을 어떻게 수업에 동참시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어중간한 발표 수업은 오히려 수업 분위기를 가라앉힐 것 같고, 일방적 강의 수업은 5교시를 더욱 힘들 게 할 것 같아 혼자 고민만 깊어갔다. 이런 내 어려움을 한방에 날려버린 구세주가 나타났다. 우리 반 한 녀석에게 이런 내 고민을 얘기했더니 뭐 그런 걸 어렵게 생각 하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을 했다. “선생님, 애들 수업 참여시키시려면요, 야자 한 번만 빼주면 되요” 순간 난 띵~했다. 이 간단한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하는 부끄러움과 함께.
  11월 어느 날의 5교시. 우리 반은 난리였다. 담임의 평소 같지 않은 수업 진행, 생경하지만 재밌는 PPT자료들, 여기에 덧붙여 학생들의 폭발적인(?) 호응 등으로 우려와 달리 50분의 수업은 한 달음에 끝나버렸다. ‘아~, 모든 수업이 이랬으면’ 하는 한숨과 함께. 마치 一場春夢처럼.
  이런 속내를 모르는 평가회 시간에는 다행히 수업의 질 자체를 논하지 않았다. 조금은 지엽적인 것들을 지적하는 차원에서 끝났다. 이렇게 오랜 기간 내 가슴 한켠을 억누르던(?) 수업 연구는 끝났다. 물론 수업 참여도가 높았던 학생 한 명을 뽑아 야자를 면제해 주면서.
  한편의 ‘버라이어티 쇼’와 같은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수업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역사 수업이 지식 위주가 아닌 이해 위주로 나갈 수는 없는지, 교과서가 모든 역사 지식을 담고 있지는 않은데 어떻게 나머지를 보충할 수 있을지, 교과서만이 진실은 아니라는 얘기를 담대히 할 수 있을지 하는 소소한 생각들이 준비하는 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또한 역사 관련 서적을 많이 접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여 학생들에게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도 역사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역사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교과임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조금은 더 본질적인 의문이 머리에 강하게 남았다. 이런 와중에 나를 더욱 고민의 웅덩이로 던진 것이 바로 논술이라는 괴물이다.
  처음 논술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작문 교과의 다른 이름으로 국어 선생님들이 담당해야 할 것으로 치부했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글쓰기를 주로 하는 학문이 어디 국문학뿐이랴! 인문학 아니 학문 전분야가 모두 글쓰기의 대상 아니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라고 논술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는 현재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그런 수준에까지 미치기 어렵다는 강한 내 선입견에 있다. 시험 기간에 한국사의 전개와 관련된 내용보다 교과서의 어려운 단어 설명에 치중하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 그지없는 마음에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과연 이 논술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왜 현재 이렇게 강조되고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다.
  한바탕 즐거운 꿈을 꾸다 일어났을 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느끼는 떨떠름함처럼 한편의 즐거운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현실의 벽 앞에서 답답한 심정을 지울 수 없었다. 수업은 즐거워야 하는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잠시간 쇼를 하며 그들에게 좋은 수업인양 보여줘야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이런 게 수업의 전부일 수는 없는데 말이다.
  올해를 채우면 교사 경력 10년이 된다. 자부심이 느껴지기보다 나태해지려는 마음과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지 모르겠다.
  올해에는 자신에게 다짐해야겠다. 남의 눈을 의식하기 앞서 나를 의식하고 내가 만족하는 수업을 준비해보자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지? *^^*

강명관,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오다》, 푸른역사, 2001.
강명관,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2004.
정  민, 《미쳐야 미친다》, 푸른역사, 2004.
조용헌,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푸른역사, 2002.
한국생활사박물관편찬위원회, 《한국생활사박물관9 조선생활관1》, 사계절, 2003.


어제 발표했던 것을 여기 올립니다.
발표라기보단 신세한탄(?)이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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