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동교육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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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어느 바이올리스트의 지하철 연주 실험 Sunday, 07.05.06 ( 1834hit )

70억원짜리 길거리 연주 … 아무도 몰랐다

피호영 교수가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지하철역서 깜짝 이벤트 … 1만6900원 모금  

5월 2일 오전 8시 45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한 옷가게 셔터문 앞에서 후줄근한 청바지와 셔츠차림에 낚시 모자를 눌러쓰고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기른 한 남자가 악기 케이스에서 바이올린을 꺼냈다. 바이올린 케이스에는‘종자돈’으로 1000원짜리 지폐 2장과 5000원짜리 지폐 한 장,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던져 놓았다.

이 남자는 SBS 드라마‘모래시계’의 주제음악(혜린의 테마)으로 유명한 파가니니의‘바이올린 소나타 제12번’을 시작으로 엘가의‘사랑의 인사’, 사라사테의‘로만사 안달루사’‘지고이네르바이젠’, 마스네의‘타이스의 명상곡’, 바흐의‘무반주 소나타 제1번’등을 연주했다.

‘거리의 악사’로 분장한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47ㆍ성신여대 교수)씨. 1978년 서울예고 3학년 때 중앙음악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했으며 서울대 졸업 후 서울시향 수석 주자를 지냈다. 파리 음악원을 졸업한 후에는 코리안 심포니 악장((樂長)을 역임했다. 현재 비르투오조 4중주단, 하늠체임버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2∼2004년에는 ‘슈퍼 월드 오케스트라’에 유일한 한국인 단원으로 참가했다. 1999년부터 매년 여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음악제를 위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수석급 주자들로 결성된 ‘오케스트라 드림팀’이다.


국내 정상급 연주자인 피호영 교수가 허름한 복장으로 거리의 악사처럼 위장한 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에서 70억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적 연주자 조슈아 벨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해 32달러를 벌어들인 이벤트를 국내에서 재현했다. 신동연 기자

스트라디바리우스로 파가니니ㆍ바흐ㆍ마스네ㆍ엘가ㆍ사라사테 등 연주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쯤 되면 어디서 읽어본 듯한 내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번 깜짝 연주회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워싱턴포스트 선데이 매거진의 4월 8일자 커버 스토리.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39)이 1월 12일 워싱턴 랑팡 지하철 역에서 출근길 시민들 앞에서 ‘거리의 악사’로 변장해 45분간 32달러를 벌었다는 기사다. 조인스 닷컴이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 보도한 이 기사는 4월 15일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 대예배 설교시간에 김지철 담임목사가 예화로 인용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후 런던 워털루 역에서도 바이올리니스트 타스민 리틀이 비슷한 실험을 했다. 1000명의 행인 가운데 8명이 발걸음을 멈췄고 리틀은 14파운드 10실링(약 2만 5000원)을 벌었다.

조슈아 벨의 지하철 연주 얘기를 쓴 조인스 닷컴 기사를 읽고 피호영씨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이 서울 지하철역에서 비슷한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농담섞인 제안을 해온 것이다. 기자는 서울메트로와 서울지하철공사에 연락해 서울 시내에서 출근 시간대에 가장 붐비는 강남역.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가는 6번 출구 입구를 무대로 점찍어뒀다. 워싱턴 실험과 비교하기 위해선 출근 시간대를 택해야 하고 악기도 스트라디바리우스로 해야 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하루 평균 이용객 24만명으로 수도권 지하철 역 중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서울 시민 1000명 중 23명이 하루 한번 강남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셈이다. 출퇴근 러시아워(오전 7∼10시, 오후 6∼8시)때의 이용객은 10만 6000명. 강남역 4거리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길을 건널 때도 지하 보도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6번 출구는 강남 교보타워 4거리까지 은행과 브랜드 숍이 즐비하고 외국어학원도 있다.

워싱턴(조슈아 벨), 런던(타스민 리틀)에 이어 서울에서도 ‘몰래 카메라 실험’

거리의 악사 '강남역에선 어떨까?'

이날 연주가 계속된 오전 9시30분까지 45분간 강남역 6번 출구를 통과한 사람은 9500명. 워싱턴 랑팡역 이용객들은 연방 청사로 출근하는 고급 무원들이었지만 강남역에서 내린 사람들은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는 20∼30대 샐러리맨들이었다. 워싱턴에서는 조슈아 벨의 얼굴을 알아본 1명이 20달러짜리 지폐를 냈지만 나머지 26명은 대부분 50센트짜리 동전을 던졌다. 강남역에서는 대부분이 1000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워싱턴 실험과 비교하기 위해 일부러 출근 시간대를 택했고 한국 막홀드(대표 김성현)에서 어렵사리 171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엑스 알반 베르크’(시가 약 70억원)를 빌렸다. 알반 베르크 4중주단 멤버가 쓰던 것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슈아 벨이 연주한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2배나 비싸다. 현재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정경화씨 한 명뿐. 대부분이 과다니니ㆍ과르네리를 쓴다. 피호영씨가 평소 연주하는 바이올린도 1661년산 과르네리다. 피씨도 외국 악기점에서 소리 내보기 위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져 본 적은 있지만 30분 넘게 연주하기 위해 사용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주에 사용한 프랑스제 활(프랑수아즈 푸르트)만 해도 1억원이 넘는다.

이날 피씨가 번 돈은 1만 6900원. 바이올린 케이스에 돈을 넣고 간 사람은 21명 가운데 14명이 1000원짜리 지폐를 꺼냈고 4명이 500원짜리 동전을 한 개씩 던졌다. 나머지 3명은 300원씩 냈다. 걸음걸이가 느리다보니 음악을 비교적 오래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하철 무료 탑승도 고마운데 뜻밖의 음악선물까지 받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수염도 못깎고 초라한 행색의 지하철 악사가 불쌍해보였을까. 70대 노인 3명이 1000원짜리 지폐를 놓고 갔다. 이들이야말로 평소 거동이 불편해 음악회 관람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 아닌가. 지하철의 거리 악사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음악의 혜택을 나눠주는 ‘음악 민주화’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실험 위해 70억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빌려

뉴욕 지하철 음악(Music Under New York: MUNY)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인 『Underground Harmonies: Music and Politics in the Subways of New York』(Susie J. Tanenbaum 저)에 따르면 뉴욕 지하철에서 솔로 연주자가 1시간에 벌 수 있는 최고 수입이 20달러였다. 피씨가 이날 번돈은 뉴욕 지하철에서 평범한 기타리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가 벌 수 있는 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에 고즈넉한 바이올린 선율을 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이곳을 지나가는 걸음걸이의 속도도 한결 느렸을 터이고 바이올린 케이스에 쌓인 돈도 더 많았을 것이다. 출구로 향하는 통로가 아니라 열차를 타고 내리는 뉴욕 지하철 음악(MUNY)의 경우처럼 플랫폼에서 연주했더라면 더 많이 벌었을 것이다. 답답한 지하 공간에서 기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디선가 바이올린 선율이 들린다면 훨씬 음악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을까.

행인 가운데는 악보를 흘깃 들여다보는 사람, 악기 케이스에 돈이 얼마나 있나 유심히 들여다보는 행인도 있었다. 파고다 어학원으로 영어 배우러 가는 길이라는 30대 주부, 외국 여행에서 지하철 악사의 연주를 감명깊게 들었다는 20대 대학생도 지갑을 꺼냈다. 연주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발길을 멈추고 2분 가량 음악을 듣고 가던 한 행인은“이곳에서 45분간이나 이렇게 좋은 음악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조금밖에 못 들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출근길에 상쾌한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하철 역 구내 한켠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선율은 불안하고 초초하고 답답한 지하 공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것 아닐까.

남자 친구랑 용인 에버랜드로 가기 위해 6번 출구에서 약속했다는 전예슬(22)씨도 남자 친구가 올 때까지 2분간 서서 듣고 있었다. 연주가 거의 끝나갈 무렵 만난 한 행인은 “조금밖에 못 들었는데 같은 장소에서 45분씩이나 연주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출근길에 상쾌한 음악을 들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아침 지나가는 이곳이 아주 특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지하철 음악은 무료한 일상에 새로운자극을 주는 청량제다. ‘거리의 음악’은 본디 ‘움직이는 음악’(musica mobilis)이다. 연주자가 움직이지 않는 경우 청중(행인)이 움직인다. 멀리서 들려오던 바이올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진다.

발길 멈추고 들은 사람은 5명…45분간 1만 6900원 벌어

2분 넘게 발길을 멈추고 서서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서서 음악에 귀 기울인 사람은 5명. 가장 오래 멈춰 서서 음악에 귀기울인 사람은 김선영(44)씨. 가수 비의 호주 공연을 성사시킨 공연 기획자다. 6번 출구로 나와 뱅뱅 사거리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던 일이었다는 그는“계단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와서 5분 정도 유심히 들었다”며 “거리의 악사치고는 연주가 보통 수준이 아니어서 호주 무대에 소개해 볼까하고 1000원짜리를 놓고 명함까지 주고왔다”고 웃었다. 또 “청바지에 허름한 셔츠를 입었지만 범상치 않은 풍모를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씨의 얼굴을 알아보았는지 계단을 내려오다 화들짝 놀라 도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다.“야! 피호영씨다”며 중얼대며“워싱턴에서도 조슈아 벨이 지하철에서 연주했다던대”라며 조인스 닷컴이 보도한 기사를 들먹이는 행인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보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현대인들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무감각해진 걸까. 지하철에서부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고 지나가는 사람, 지하철에 내려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하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겐 바이올린 소리는 인근 옷가게에서 틀어 놓은 음악 쯤으로 들렸을지 모른다. 걸어가면서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람에겐 음악이 조금이나마 들렸다는 얘기다.

‘실험’을 하기 전에 45분간 얼마나 벌 수 있을지 연주자에게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5000원 아니면 1만원?”이었다. 연주가 끝난 후 그는“바로 코앞에 사람들이 왔다갔다 해서 처음엔 긴장했는데 금방 적응이 되었다”며 “무대에서 연주할 때와는 다른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또 “생각보다 음향이 좋았고 많이들 쳐다봐서 흐뭇했다. 파가니니 소나타는‘모래 시계’ 테마 음악으로 쓰여서인지 반응이 좋아 세 번이나 연주했다. ‘모래 시계’를 연주할 때 지폐가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실제로 ‘모래 시계’주제음악이 연주될 때는 이 음악을 흥얼거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원래 기타 반주로 연주하는 파가니니 소나타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피씨가 아직 무대에선 한번도 연주하지 않은 곡이다.

이날 연주를 함께 지켜 본 음악평론가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무심코 이곳을 지나갔던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다”며 “다른 장소, 음대 학생, 여성 연주자, 다른 악기 등 다양한 변수를 대입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실험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인스닷컴에서 펌글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동영상=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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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들을 보니 유식한 분석에서부터 재미있는 퍼포먼스로 까지 다양한 해석들이 있네요.
저도 재미있는 실험으로 보았습니다. 기자의 천박함이니 하며 거론하는 것은 좀 무리인것 같구요.
세상 고민을 다 짊어지고 너무 진지하게 살아가는것이 취미고 직업이라면 모르겠지만 굳이 하나의 이벤트를 폄하할 필요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세상사 얼마나 다양한 삶이 있습니까? 이번 한화 누구처럼 안하무인격이고 억지고 남을 찡그리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세상을 이쁘게 만들어가보려고 하는 일상사로 얼마든지 봐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연구회의 활동도 저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한일간의 숱한 과제들을 우리가 다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니잖아요. 남이 해주기에 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먼저 해보자는 것, 맞나요?
며칠 전 신문에서 대성 그룹 창업자 관련 글을 읽었습니다. 아직도 귀에 쟁쟁한 글귀가 생각납니다.

가보니까 길이 있더라~~~




  한 번 웃~어 보세요 박종선
  '아버지의 편지' 를 읽고 [1] 박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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